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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원자 


이 『쿼크의 초감각적 인식』이라는 책에서 필립스는 오컬트화학의 수수께끼를 푸는 기발한 해법을 제시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컬트화학의 원자들이 평상시의 정상적인 원자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통 원자의 구성성분, 그러니까 소립자들은 평소에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자를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그 속도를 현저하게 늦출 필요가 있었는데, 그때 미친 영향으로 원자에 변형이 일어났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전하는 물체는 각속도를 가지고 있으며, 각속도 보존의 법칙을 따릅니다. 빠르게 회전하던 물체의 속도가 떨어지면 반대로 회전반경은 커지게 되는데,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생각하시면 금방 이해되실 겁니다. 즉,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한 발로 서서 빠르게 회전묘기를 하던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두 팔을 쭉 뻗으면 회전속도가 느려집니다. 마찬가지로 원자의 구성성분들도 회전속도가 느려지면 반경이 늘어납니다. 반경이 늘어나게 되는 경우를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베산트와 리드비터처럼 강제적으로 회전속도를 감소시키는 경우와, 또 다른 하나는 원자에 적당한 자극을 가함으로써 오히려 더 빠르게 회전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 원자의 구조는 원심력를 이기지 못하고 편향되어 결국 용수철처럼 늘어나게 되고, 원자 구조는 회전속도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재배열됩니다. 이렇게 정상보다 빠른 회전속도의 원자는 하이스핀 상태라 하여 1990년대 이후 과학계에서도 연구되고 있고, 원자핵도 우리가 알듯이 구형이 아니라 1:3 정도로 축 늘어진 럭비공 형태의 초변형핵이 있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이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가능성에 과학계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자구조가 유지되는 것은 입자들을 서로 묶어주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도는 것은 전자기력이 있기 때문이며, 양성자와 중성자를 핵 속에 잡아두는 것은 핵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핵력을 강력(强力)이라고 하는데, 이름 그대로 이제까지 밝혀진 자연계의 네 가지 힘 중에서 가장 강력합니다. 만약 이 강력이 없다면 플러스 전하를 가진 양성자는 다른 양성자와 서로 반발하여 원자핵이라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강력은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아주 가까운 거리, 예를 들어 1페르미(1페르미=10-17㎝)의 거리에서는 강력이 전자기력보다 백 배정도로 그 힘이 강하지만, 거리가 조금이라도 멀어지면 급격하게 그 힘이 약해집니다. 반면에 전자기력은 아주 먼 거리까지 미치는 힘입니다. 10페르미의 거리에서는 강력이 전자기력의 10분의 1 세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일단 핵 속의 양성자들을 어느 정도만 멀어지게 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는 전자기적 반발력이 강력을 이기고 양성자들을 흩어지게 할 것입니다. 베산트와 리드비터의 경우 아원자입자들의 속도를 늦춤으로써 이러한 재배열이 일어나도록 했습니다. 물론 그들은 단지 입자들의 운동속도만 감소시켰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원자구조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한 것입니다. 

필립스는 방금 말씀드린 것과는 좀 다른 메커니즘을 제시하긴 했지만, 원자구조에 변형이 일어난 결과 이웃한 두 개의 원자가 합체하여 마치 하나의 원자인 것처럼 재배열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때 원래의 원자핵 속에 있던 소립자들 역시 새로 배열된 준핵(準核)체계 속에 하나로 합쳐집니다. 저는 이 새로 배열된 준핵체계, 또는 쌍둥이 원자를 졸저 『아누』에서 ‘초원자’라고 명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컬트화학의 수소원자에서 볼 수 있는 두 개의 삼각형은 두 개의 정상적인 수소원자에서 온 두 개의 양성자에서 유래한 것입니다.